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낮췄다. 무디스에 이어 두 번째다. 피치는 그러나 중국의 신용등급은 'A+'로 유지했다. 피치는 또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5.2%에서 4.5%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달 씨티그룹이 올해 중국 경제 전망치를 4.6%에서 5%로 상향 조정하고 국제통화기금(IMF)가 지난 1월 기존 전망치에서 0.4% 포인트 올린 4.6% 성장률을 제시한 것과 대조된다.
피치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10일 밝혔습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이유로는 중국의 공공재정 전망에 대한 위험 증가를 꼽았다.쉽게 말하면 재정적자가 문제라는 뜻이다.
피치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5.8% 수준인 중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올해 GDP의 7.1%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숫자는 재정적자가 GDP의 8.6%에 이른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시는 중국의 엄격한 코로나 사태 대응 조치 탓에 중국 경제가 불안한 시기였다.
중국이 부동산에 의존한 성장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피치는 그 과정에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게 본 것이다. 중국 3대 부동산 개발업체 중 하나인 헝다가 3000억 달러 규모의 부채가 드러나 2021년 파산 위기에 몰렸고 2년여간 구조조정을 하고 채무 재조정도 했지만 지난 1월 홍콩 고등법원에서 청산 명령을 받았다. 파산 이면에는 777억 달러에 이르는 분식회계도 있었다.
피치는 중국이 재정정책은 앞으로 몇 년 간 성장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면 부채를 계속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재정 완충력이 약화된다고 진단한 것이다.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지만 감당할 수준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차이신 등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사회과학원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은 올해 초 '거시 레버리지' 계간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 중국 GDP 대비 부채 비율이 300%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중국의 총부채 비율은 287.1%로 전년 대비 13.5%포인트 높아졌다. 총부채 비율은 정부, 비금융기업, 가계의 부채를 합산한 총부채를 명목 GDP로 나눈 값이다.
중국 정부의 부채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중앙정부의 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조8699억 위안(약 5708조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조1600억 위안(약 769조원) 가량 늘어났다. 재정 적자율은 목표치(3%)를 넘어선 3.8%로 집계됐다.
중국의 지방정부 채무는 지난해 말 40조7400억 위안(약 7534조 원)으로 연초에 설정한 목표 한도(42조1700억 위안) 안에는 들어갔다. 문제는 1년 간 5조6800억 위안(약 1052조 원) 불어나 목표 한도(4조5200억위안)를 1조위안 이상 초과했다는 점이다.
정부 부채 비율은 전체로 보면 55.9%로, 전년 동기 대비 5.3% 포인트 늘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해 12월 중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정부는 피치의 중국 국가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반발했다. 중국 재정부는 피치의 발표 이후 입장문에서 "피치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효과적이고 능동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중국 재정부는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해결 작업이 질서 정연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위험은 통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