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도 가리지 않는 코로나19...마피아 등 발빠르게 전략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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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조직도 가리지 않는 코로나19...마피아 등 발빠르게 전략 수정
  • 에스델 리 기자
  • 승인 2020.04.0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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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앤젤스, 몬트리올 마피아, 마약거래꾼 등 고리대금업 진출, 가격인상 등으로 대응

중국 우한발 신종코로나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은 범죄조직도 봐주지 않는다.  범죄조직들은 세계적 대유행병의 여파에 벌써부터 적응해 몬트리올을 비롯한 퀘벡 주 전역의 검은 시장에서 계속 돈을 긁어모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약상들은 도로 등의 봉쇄로 수급이 어렵자 값을 올리고 있다.  일부 범죄조직들은 지하경제를 벗어나 위생, 건강, 식료품 등 합법적인 상거래 분야를 파고들기도 한다. 합법으로 돈도 벌고 마약 운송이나 검은 돈 세탁도 하려는 노림수다. 일부 범죄조직은 고리대금으로 돈을 긁어모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모터싸이클 갱단인 헬스앤젤스(Hells Angels)가 올해 첫 공식 퍼레이드를 5월 9일로 예고했다.사진=주르날드몽레알
모터싸이클 갱단인 헬스앤젤스(Hells Angels)가 올해 첫 공식 퍼레이드를 5월 9일로 예고했다.사진=주르날드몽레알

캐나다 몬트리올의 일간지 주르날 드 몽레알(Le Journal de Montréal)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주요 범죄집단의 재빠른 적응력을 소개하고 이들의 향후 전략을 전망했다.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퀘벡 주 범죄조직의 최대 돈벌이 수단인 마약의 경우, 거래 물량이 줄어드는 대신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육로로 대량 유입되는 코카인은 지난달 18일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이 폐쇄되면서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영국 에섹스대학교(Université d’Essex)의 범죄학 교수로서 현재 몬트리올에서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애너 세르지(Anna Sergi)는 코카인 시장 전체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그러나 공급 기간이 길어지고 유통 경로 또한 변화가 있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선박과 우편을 통해 다량의 마약이 유입되므로 물량 부족을 겪는 일은 없으리라고 단언했다. 

퀘벡 주 암시장에서 코카인 물량이 줄어들었다는 관측은 없다. 그러나 마약시장의 큰손들이 합의한 ‘도매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40%나 폭등해 코카인 1kg이 6만 달러(환화 5150만 원)를 넘었다.

따라서 마약 소매상, 소규모 거래꾼들이 시장에 내놓는 가격 또한 오르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끝난다 해도 범죄조직이 그동안 입은 손실을 메꿀 때까지는 한번 올라간 가격이 쉽사리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르날드몽레알은 전망했다.

지난달 19일 몬트리올항에서 멕시코에서 온 컨테이너에 들어있다 압수된 코카인 91kg. 사진=주르날드몽레알
지난달 19일 몬트리올항에서 멕시코에서 온 컨테이너에 들어있다 압수된 코카인 91kg. 사진=주르날드몽레알

경찰 당국은 술집이 폐쇄됐지만 마약 수요는 꺾이지 않았고 마약 거래상들도 바쁘게 움직인다고 밝혔다. 

마스암페타민(méthamphétamine), 속칭 필로폰도 수급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필로폰 제조에 쓰이는 주재료의 원산지가 바로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발생한 중국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지하경제를 벗어나 합법적인 상거래 분야를 파고드는 범죄조직도 있다. 특히 위생, 건강, 식료품 분야는 마약 운송이나 검은 돈 세탁에 유용하므로 이 분야를 노리는 범죄집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수요가 크게 늘어난 일상용품을 조작해 이득을 취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3월 초에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미국 텍사스 세관원들이 빨래표백제 200 상자를 압류했다. 범죄조직이 물을 섞은 함량 미달의 불량품이었다. 

코로나19는 마약상뿐 아니라 고리대금업을 하는 몬트리올 마피아와 중소규모 갱단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캐나다 전역에서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이 155만 명에 이르는 등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실직하고 경제적 압박을 받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만큼 범죄집단이 이들을 대상으로 돈놀이를 할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다는 게 안나 세르지 교수의 지적이다. 

세르지 교수는 개인은 물론 중소기업 역시 돈줄이 막힌 나머지 고리대금업자에게 손을 벌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면서 이들 범죄집단은 한번 빌려준 돈은 수십 수백 배의 이자를 붙여서 반드시 받아낸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퀘벡 주의 마약시장을 총괄하고 모든 거래에 대해 10%의 소득세까지 걷어들이는 '헬스 앤젤스(Les Hells Angels)'는 퀘벡 주정부가 주 전역에 걸쳐 학교와 기업, 상점의 폐쇄를 진행한 이후 의외로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공식 집회는 3월 초, 몬트리올 남쪽 몽떼레지(Montérégie)지역 지부 창립 23주년 기념식이 마지막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실내외를 막론하고 두 사람 이상이 모이는 집회가 엄격히 금지됐고, 이를 어길 경우 1000달러의 벌금이 예고된 만큼 헬스 앤젤스가 해마다 벌이는 세력과시용 퍼레이드를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 이목이 쏠린다. 

국제적 모터사이클 갱단인 헬스 앤젤스의 규약에 따라 의무적으로 거행되는 올해의 연례 공식 퍼레이드, 일명 ‘퍼스트런 First Run’은 5월 9일로 잡혀 있다.

몬트리올 마피아가 장악한 스포츠 도박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NHL)를 비롯한 대부분의 종목이 시즌을 중단한 까닭이다. 

캐나다연방경찰은 몬트리올의 리주토(Rizzuto) 패밀리가 선수노조의 파업이 있었는데도 2004-2005 시즌 중에 기록한 매출만이 3억9000만 달러, 순수익만 2680만 달러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지난 겨울에도 온타리오주경찰이 모트사이클 갱단이 연루된 연 수입 2500만 달러 규모의 불법 스포츠 도박조직을 검거했다.  

캐나다 연방과  주경찰 당국은 범죄조직이 비축한 막대한 검은 돈이 어디로 몰려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 감시를 늦추지 않고 있다.

몬트리올(캐나다)=에스델 리 기자 esdelk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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