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위기 항공산업...정부에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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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위기 항공산업...정부에 SOS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4.0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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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전세계가 이동제한에 나서면서  국내항공업계가 고사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내 대형항공사는 물론, 저비용항공사(LCC)도 대부분의 노선이 중단되고 여행객이 줄면서 수입이 급감하고 있는데 리스료 등 고정비는 줄줄이 나가는 반면, 실적 악화에 뒤이어 신용등급까지 떨어지면서 돈을 구하지 못해 애를 끓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항공산업이 고사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항공산업이 고사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아시아나항공

항공업계는 임직원 급여삭감과 항공기 반납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도산하는 항공사가 속출할 것이란 비관론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의 올해 상반기 매출 손실만 6조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급한 항공업계는 정부에 자금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이목이 집중된다.

6일 항공업계와 금융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국제선 여객 수는 7만8599명으로 1년 전(173만6366명)에 비해 무려 95.5%가 줄었다. 여행객 수는  지난 1997년 1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200만 명 밑으로 내려갔다.
이 때문에 국적 항공사 여객기 374대 중 324대는 공항 주기장에 그래도 서 있다.

돈을 벌지 못하지만 항공사들은 고정비용은 지출해야 한다. 항공산업은 영업비용 중 고정비 비중이 35∼40% 수준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막대한 운용 리스료가 그중 하나다. 대항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9000억 원 가량을 지불했고, LCC까지 포함하면 1조5000억 원 규모다. 물론 올해도 리스료를 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항공은 600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으나 90% 가량이 팔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ABS는 항공권 판매를 통해 거둬들일 수익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돈을 빌리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발행해놓은 대규모 ABS의 상환도 큰 부담이다. ABS 조기상환 조건 발동 등으로 대한항공의 운영자금 확보에 더 어려움이 더해질 수 있다.

자본잠식도 문제다.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자본잠식이 2년 이상 지속되면,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취소하거나 6개월간 사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본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불가피한 가파른 부채 상승에 잠본잠식 위기에 노출돼 있다.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도 자본잠식률 117%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18년 649.3%에서 지난해 1386%까지 치솟았다.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신용등급을 낮춰 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고, 한국기업평가는 대한항공을 신용등급 부정적 검토 대상으로 등록했다.

생존 절벽에 내몰린 항공업계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급여 반납 대상을 확대하고 무급휴직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두 차례 희망퇴직을 하고 있고. 대한항공도 전체 승무원을 대상으로 단기 희망휴식 신청을 받는 등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다.

비행기를 반납하는 항공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비행기를 두 대 반납한 이스타항공은 당초 21대에서 13대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난 2월 급여 일부 미지급 이외에도 3월 급여까지 지급하지 못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자구책만으로 코로나19가 몰고온 전대미문의 매출절벽과 자금난을 타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항공업계는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다. 항공협회는 지난 3일 국토교통부 등에 호소문을 보내 “국내 항공산업 기반이 붕괴하고 있으며, 84만 명의 항공산업과 연관산업 종사자들이 고용 불안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정부의 대규모 지원 없이 항공업계의 자구책만으로는 생존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지원을 호소했다.

항공업계는 전체 항공사에 대한 무담보 저리대출 확대와 채권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등 대규모 정책자금 지원 확대는 물론 항공기 재산세 면제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대산업개발(HDC)은 최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금융지원을 요청했다. HDC는 산은이 아시아나에서 인수한 5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출자전환해주거나 산은 등 채권단에 대한 차입금 상환일정 변경 등 1조 원 규모의 지원을 요청했다. 

산은은 포화상태인 LCC업계의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에 대해서는 당장 쓰러질 정도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지 않았다는 정부 일각의 견해도 있어 정부와 국책은행이 지원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다만 정부는 항공산업에 긴급자금 투입과는 별도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산업 등 기간산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국가 주력산업들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에 항공업계가 목을 매고있는 형국이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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