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미국 경제가 뒷걸음질하면서 지난 10년간의 경기 확장세에 공식 마침표를 찍었다. 2014년 이후 6년 만에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감염증 사태로 봉쇄(셧다운)에 들어간 미국 경제의 역성장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문제는 1분기가 '코로나19 경기침체'의 출발점이라면 2분기는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점이다.
2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은 전분기에 비해 연율로 4.8%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2.1%를 기록했다.
미국의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1%를 기록한 지난 2014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하락률로 보면 -8.4%를 나타낸 2008년 4분기 이후 최대폭이다.
이로써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10년 넘게 지속한 초장기 경기 확장세에도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미국 경제가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성장률 하락은 예견됐지만 감소폭이 커 충격을 준다.
미국 상무부는 "실질GDP 감소는 개인소비지출(PCE0과 비주거용 고정투자,개인 재고투자의 분기 감소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PCE지출 감소는 보건과 수출 등 서비스분야의 감소, 자동차와 부품 등 재화의 감소를 반영한 것이고 비주거용 고정투자 감소는 주로 운송장비와 같은 장비 투자 감소를 반영했다.
미국의 GDP는 명목기준으로 3.5%(1912억 달러)준 21조5400억 달러를 나타냈다. 명목개인소득은 1분기에 952억 달러 증가했으며 가처분소득은 1.9%(767억 달러) 증가해 지난해 4분기 가처분 소득 증가율(3%, 1237억 달러)을 크게 밑돌았다. 실질 가처분소득도 1분기에 0.5% 증가해 전분기 증가율(1.6%)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개인저축은 1조 6000억 달러로 전분기(1조270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률은 지난해 4분기 7.6%에서 9.6%로 높아졌다. 미국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증거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경제활동이 2분기에는 전례 없는 속도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 삶에서 일어난 어떤 일과도 달리, 보기 드문 충격"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전역의 경제활동이 4월 한달간 멈춰 선 것을 고려하면, 2분기(4~6월) 지표는 더욱 암담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 금융권에서는 2분기 총생산이 30~40%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34%, JP모건은 -40%, 바클레이스 -45%를 각각 전망한다. CNBC 방송의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24%로 예상됐다.
백악관도 '경기 급하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 보좌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2분기 성장률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미 경제를 지원하고, 강한 경기 회복을 위해 "전방위 수단을 다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코로나19로부터 장기적인 경제 피해를 방지하고 강한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의회가 더 많은 것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도 코로나19 충격 완화를 위해 4차례에 2조8000억 달러(3400조 원) 규모의 예산법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행정부가 돈을 더 풀어 경기부양을 하도록 의회차원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L자형이나 나이키형 회복이 아닌 V자형 경기반등을 이끌어내기 위한 미국의 범정부 차원의 경기대책에 이목이 쏠린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